BRAVO MY LIFE 7월 신간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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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국제신문]나도 그곳에 가고 싶다/이인규
작 성 자 관리자
여름 피서철이 되었다. 시골에 자리를 잡은 후 매년 이맘때가 되면 도시에서 피서를 즐기러 온 손님들로 우리 집은 꽤 분주하다. 그러다 보니 손님맞이 행사로 온 가족이 마당과 하우스 주변에 있는 풀을 베느라 정신이 없다.
막상 그들이 오면 레퍼토리는 뻔하다. 낮에는 가까운 계곡으로 안내해서 놀고 밤이 되면 마당에 모깃불을 피우고 함께 고기를 구워 먹는다. 물론 즐거운 일이다. 그들에게 그간 시골에서의 삶을 이야기하고 통기타로 함께 노래를 부르고 술도 마시면서 단란한 한때를 보낸다. 그렇게 며칠을 우리 집에서 묵은 손님들은 아쉬운 작별을 하며 그들의 삶터로 제각기 떠난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부산이다. 어릴 때 자갈치 일자섬과 그 너머에 있는 영도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서 살았다. 해 질 녘이면 집 앞 언덕에 서서 영도에서 장사를 하는 어머니가 언제나 올까 싶어 하염없이 기다리곤 했다. 비릿한 바닷냄새와 동네 골목에서 밥 짓는 냄새가 어우러져 고단한 아이의 시장기를 재촉하곤 했다.
그런데 무엇보다 서러운 것은 배고픔이 아니라, 나만 빼고 함께 뛰놀던 친구들은 모두 자기 엄마들의 ‘밥 먹으라’는 부름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외롭고 서글펐다. 그러기에 나의 문학적 감수성은 이때부터 지나치게 발달하지 않았나 싶다. 하긴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었다. 돈벌이를 하는 아버지가 있었지만 나를 비롯한 삼 형제를 제대로 교육시키기 위해 어머니는 겨우 네 살 된 나를 떼어놓고 장사를 나갔다. 어머니가 기다리다 지쳐 국수를 손에 쥔 채 잠들어버린 날 안아볼 때는 늘 밤 10시경이었다. “이놈의 지지배!” 잠에 취한 나를 뒤로 업으면서 어머니가 하던 말이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누나에게 저녁에는 국수를 끓여 먹으라고 했지만 그녀는 한창 놀고 싶은 여고생이었다. 내게 국수 살 돈만 주고 친구들을 만나러 나간 거였다.
청년기에는 자갈치와 인접한 남포동과 광복동이 주 활동무대였다. 미화당백화점 뒤편에 있는 고갈비집과 먹자골목에서 부평동 쪽으로 돌아가면 언제나 반기던 빈대떡 집이 단골이었다. 허름한 안주에 탁주 한 잔 걸치고 거리를 누비면 일 분 간격으로 지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여름 장맛비가 한창일 때 우산도 없이 친구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구창모의 ‘휘나리’를 부르던 객기도 있었다.
결혼한 이후, 나는 직장 때문에 타지를 전전했다. 그곳에서도 나는 내 고향, 부산을 그리워했다. 객지 생활에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사회, 문화적 이질감과 유난히 배타적인 지역인과의 갈등이 일어날 때면 나는 고향의 단골 술집과 친구들을 기억해내었다. 마음속 깊이 밴 바닷냄새와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끈끈한 인간적 유대감이 날 그곳으로 이끈 것이다. 그러다 다시 발령이 고향으로 나서 마지막으로 아내와 자리를 잡은 곳은 금정구 B대학 근처였다. 선선한 바람이 불 때면 산책을 하던 대학 캠퍼스와 잘 정돈된 등산로를 따라 휘적휘적 올라갔던 금정산이 생각난다.
그런데 왜 자꾸 고향 타령인가… .

아내와 아이들과는 달리 나는 몇 해 동안 여름에 고향에 가지 않았다. 아스팔트에서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와 자동차 매연이 심하게 거슬리거니와 키우던 짐승들이 있어 차마 떠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여름 내내 시골집에 있어 보니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살던 이곳 마을의 아들, 딸들이 대거 몰려오는 게 아닌가. 그럴 때마다 나는 마치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마냥 기분이 묘했다. 산골에 살고 있으니 특별히 피서를 갈 생각도 못 한 점도 있었다. 어떤 이는 자신 같으면 집과 가까운 지리산으로 매일 떠날 것이라 말하지만 그도 그렇지 않다. 고향에 사는 동안 해운대에 거의 가지 않는 것처럼 이곳에 살아보니 지리산은 그저 집 근처 가까운 산일뿐이었다.
하지만 이번 여름에는 나도 고향에 가고 싶다. 마침 지난가을에 AI 때문에 키우던 닭을 모조리 처분해 홀가분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방학을 해 집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해운대 바닷가에서 낮에는 해수욕을 하고 밤이면 자갈치에서 지인들과 오순도순 싱싱한 회와 연탄구이 장어를 안주로 질펀하게 술을 한잔하고 싶다.
-소설가
35   [국제신문]나도 그곳에 가고 싶다/이인규 관리자 2017.08.01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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